공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벌써 8년 전, 셋이서 떠났던 전남 곡성 1박 2일 나들이가 맺어준 인연. 그 깊은 날의 기억이 우리를
다시 불러 모았다. 이번 목적지는 백제의 고도, 공주다.
아침 8시 5분, 서울에서 공주로 가는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11월 13일, 이날의 공기는 맑고 청명했다. 버스가 공주에 닿자마자 망설임 없이 택시를 잡아탔다. 목적지는
마곡사다.
# 천년의 가을, 마곡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마곡사. 도착하니 가을이 절정이었다. 산
전체가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마치 거대한 비단 같다. 절 입구, ‘마곡사’라고 뚜렷하게 새긴 웅장한 바위는
오랜 세월 절을 지킨 듯 굳건했다. 그 바위가 절의 깊이와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경내로 들어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건 마곡사 5층 석탑이다. 국보로
지정된 이 탑은 특이하게도 꼭대기가 라마불교 양식으로 치장되어 있다. 이는 당시 우리나라와 티베트, 나아가 아시아
지역의 문화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탑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먼 옛날의 이야기를 상상했다.
#나태주의 시심(詩心)을 품고
마곡사의 고즈넉한 아름다움 속에서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다음은 나태주
풀잎 문학관으로 향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국민 시인 나태주의 시,
**‘풀꽃’**이다. 새삼스럽다. 이 단순하고 짧은 문장이 지닌 울림이 어찌나 큰지.
문학관 내부는 그야말로 ‘풀꽃’ 천지였다. 벽면부터 작은 기념품까지,
온통 이 시로 도배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좋은 글은 수식이 없다더니, 이 세 줄의 시가
바로 그 증거다. 가장 단순한 단어로 가장 깊은 진심을 전달하는 힘.
#백제의 역사 속으로
시인의 감성을 뒤로하고, 우리는 역사유적지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공산성에 올라 가을 공주의 전경을 눈에 담았다. 이어 백제 전성기의 위대함을 간직한 무령왕릉을 구경했다.
무령왕릉의 가장 특이한 점은 내부가 벽돌식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당시 중국 남북조시대의 양(梁)나라와 활발한 문화 교류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다. 벽돌 한 장 한
장에 새겨진 교류의 흔적을 따라갔다.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 진묘수(鎭墓獸)**도 인상적이었다.
늠름하면서도 해학적인 모습에서 백제인의 예술성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백제 시대의 정교한 도자기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우리의 백제 문화 탐방은 마무리되었다.
8년 전 인연의 씨앗이 오늘 공주에서 꽃을 피웠다. 좋은 글은 수식이
없듯이, 좋은 인연 역시 꾸밈이 없다. 우리는 다시 만날 다음 해의 가을을 기약하며, 단순하고 맑은 웃음 속에
공주를 떠났다.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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