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 시인의 작품

 
2025년 10월 28일
 
깜빡 했구나

차가운 바람 숨결
얼굴을 스치니
푸른잎 다 어디로
숨었나

가을이 왔나보다.

그리운 추억들
어디에 담을까 했는데
화려한 단풍,
너네들 오는걸
깜빡 했구나.
 
 
온수동에서

동네 이름 조차
따뜻한곳이 있다
온수동,

목요일이면
술고픈 사람
언제든 오시라
酒傑 四大天王
항시 대기중

친구 우정 고픈 친구들
목요일 언제든 오시라
넘쳐나는게
웃음이요
입 다물 시간조차 없다
집에 갈때 쯤이면
입이 아플 지경이다

뭐 먹고 싶어?
말만 해!
한우?
삼겹살?
팔팔한 생선회?
없는것 빼고
다 있는 동네,
입가심으로
아이스크림과 커피
입맛대로 드시라!

점심에 가볍게 한잔
더 마시고 싶은데
배 불러?
걱정마시라
당구장에
찬구들 상시 대기중!

많이 먹어 식체?
많이 마셔 주체?
허리 아퍼?
다리 아퍼?
왔다 하면
쌩쌩하게 해주는
우리 주치의도 계신다

이리 말해도
긴가 민가 하면
공짜 전철 타고
일단 와 보시라!

하루 종일 즐거워
입 다물지 못하고
웃다가 배 아플끼라!
 

1) 개똥철학

산으로 가자!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그냥 다 받아 준다

 

더 잘 날 필요도 없고

더 가질 필요도 없어,

 

푸른 숲과 나무

바람과 풀 내음

심지어 발 밑 돌멩이까지,

마음속 세속의 짐

다 내려놓고

가볍게 가라 한다.

 

그 빈자리에

 氣運

듬뿍 담아 가라 하고!

 

2) 어느 봄날, 연분홍 진달래

엉금엉금 기던 계곡물도

따땃한 봄 햇살에

~~ 호 하고

소리 지르고

 

긴 잠에 실눈 뜨던 진달래도

~~  하며

연분홍 치맛자락 펼친다.

 

나도 질소냐

여기서 봉긋

저기서 불긋

마침내,

연분홍 폭죽이 퍼진다

 

화창한 봄날

봄 햇살이 진달래를

끝내 꾀어 내

투명한 연분홍에 눈 맞추고

짙은 분홍에 가슴이 설렌다

덕분에

山客들

힘들었던 얼굴에도

진달래가 활짝 피어난다

 

3) 시절 아이

山아

山아

무심한 이 山아

늙은이들 어쩌라고

키만 자꾸 커 가느냐

 

산 중턱 겨우 올라

크게 한숨 몰아 쉬니

어디선가 밤나무 꽃 향기,

야릇한 꽃 향기가

산들바람에 실려오네

 

야한 생각 또 들켰나

눈총이 따갑고나

 

"~~ 밤나무 꽃향기 다!"

 

아카시아 꽃향기엔

폴짝폴짝 뛰며

좋아 하더만

밤나무 꽃향기엔

자못 어색해하던

그 시절

그 여자 애

아직도 그 시절

기억이나 할런가?

 

오늘 봄 햇살

유난히 따갑구나


4
) 푸른 가슴에 스며들고

산속에 누워

하늘을 본다

 

푸르른 하늘 위로

연두색 화려하게 번지고

5월의 햇살

눈부시게 쏟아진다

 

숨결마저 푸르러져

내 안의 찌든 마음

햇살에 녹아 흐른다

 

바위사이 계곡물

재잘거리며 흘러가고

나뭇잎 그림자

물결 따라 반짝인다.

 

봄의 맛ㅡ

그 한순간에,

나는

나를 잊는다


5
) 안개 같은 마음

봄바람에 흩어지는 이 마음

어쩌질 못해

오늘도 山을 오른

 

산계곡 흐르는 안갯속

푸른 하늘 마주 하곤

숲의 맑은 숨결

잠시,

내 마음에 머물다 가네

 

오늘은

또 무엇으로

이 허전한 자리 채울 수 있을까

 

오솔길 옆

큰 바위 작은 돌탑에

허전한 내 마음 한 조각

살며시 얹어 놓는다

***********

흔들리는 마음

자연 속에 스며들어

자연이 된 마음으로

다시 삶 속으로.


6
) 酒母 없는 酒幕


                                                                                                               청설
모 홀로 지키는 酒幕

酒母는 또 어디로 갔나

찜통을 오른 山客들

땀에 쩐 얼굴부터 디 민다

 

해장국도 도토리묵조차 없어도

늙은이들 농담은 질펀하게 이어지고

늙다리 고양이도

한켠에 슬그머니 끼어든다

 

상수리나무는 너무 더워

손 부채질 하려 애쓰고

계곡은 목이 말라 비실거린다

 

보고 싶다,

철마다 고은빛 치마 두르고

손놀림 바빠 늘 뒷모습만 남기고

어느새 홀연히 사라지는

우리들의 酒母

안주와 술

질펀하게 내어주곤

주방에 홀로 서서

미소 짓던 우리들의 酒母

 

오늘처럼

송글송글 땀 젖어 오를 때면

산기슭 이 酒幕에서

酒母

곁에 앉히고

술 한잔 권하고 싶다.

 

곱디 고을 그 얼굴

단 한 번이라도

보고 싶다.


7
) 만난 계곡

계곡 만난 물

미끄럼 타느라

정신없고

 

물 만난 계곡

안부 묻느라

엉덩이조차 물살에 잡혔네

 

버들치, 피라미야

어여 숨어라

급한 물 녀석

네 손 잡고 갈라

 

걷은 종아리

물 그림자에 담그고

골동품 닮은 시큼한 농담에

손에 든 술잔

고달픈 줄도 모른다

오늘도 뜨거운 햇살

이고 지고 선 나무들,

청량한 물맛과

상큼한 풀내음,

아낌없이 퍼주는 계곡아

 

, 건너 계곡 酒母

멱 감으러 오지 않았더냐

그 녀의 殘香

아직도 머무는 듯해

 

물내,풀내 가득 품은

계곡의 이 숨결

큰 바가지에 푸~욱 퍼 담아

산 좋아하는 이들에게

흠뻑 나눠 줬으면.....


8
) 장미 가시


                             '잊혀진 여인'

가장 가련하다고,

 

품에 안겨서도

왠지 모를 목마름에

여린 가시 순 하나

살며시 쥐어준다

 

햇살 고운 날

담장너머

그대 뒷모습 보이려나

 

차라리,

낯설어진 그대 가슴에

나를 닮은

핏빛 장미 한 송이

피워 올리리


9
) 여름의 午睡

뜨거운,

한 여름 내내

저 푸른 바다

좁다는 듯

신나게 놀던 녀석들,

 

너무 늦게 집에 가면

엄마한테 야단맞을까

한여름 햇살에

옷 말리다,

 

깜빡 잠이 들었네.


10
) 바위를 뚫는 담쟁이

땡볕,

땅마저 달아오른 한낮,

 

바람은 어디로 도망갔나

매미는 덥다고

자지러지게 울어대고

 

바위 위,

담쟁이

오도 가도 못한 채

시뻘게진 얼굴로

한낮을 뚫는다

 

불볕 속

한낮에도

우리의 인생,

쉬지 않고 흐른다.

 

15) , 다시 오마!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질 않아

 

오늘도

산을

오르고

또 오르고,

 

바람 따라 고요가

고요 따라

마침내,

나의 그림자 보인다

 

갈수록

닳아 사라지는

우리네 인생

가까이 갈수록

달아나는

나를 잡으려

 

사라지기 전

사라질 ''

찾아야 해,

 

높은 나무 끝에

걸쳐진 ''

눈길을 떼지 마라

 

,


다시 오리라.

 

16) 풍경소리 한가락에

가을 향기 맞이하려

오대산에 오르니

예쁜 단풍 만드느라

,

오락가락 온종일 바쁘고

 

수묵화 속 산 안개

산 따라 계곡 따라

내 마음결 따라

흘러넘치고

 

우리네 백 년 인생

곁에 두고도 찾지 못한 그 마음자리를,

솔바람 한점

청량한 풍경소리 한가락에

마음속 풍진세상 훌훌 털어내고

깊고 깊은 그 '고요'를 찾으셨나

 

이 내 인생,

그 길 자락

한 번만이라도 봤으면

정말, 원이 없겠네

 

山客들,

마음마다 맑디맑은 풍경소리

한가득 담아갔으면

 

17) 흔들림 속의 뿌리

 

 

한아름도 넘는

굵고 큰 나무

세찬 비바람 없이

저리도 굵어졌을까

 

흔들리지 않는 게

굳센 마음이 아니라.....

 

가슴 터질듯한 기쁨도

지구를 잠시 떠나고 싶은 고통도

깊은 사랑에도 아픔이 있었기에

삶이라 하지 않나

 

뿌리 깊다고

흔들리지 않는 게 아니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그 마음을

물끄러미 볼 수 있는 그 용기,

 

그 마음이야 말로

큰 나무의

깊은 뿌리가 아니겠는가

 

18) 못다 소망들

때가 되면

가을빛 고운 옷 갈아입고

마음껏 뽐내고 싶었는데

 

눈앞에 다가온 가을에

허둥거린 빗줄기

 

한 생의 큰 소망,

단풍옷 입어 보지 못한 채

땅 위를 나뒹구는 나뭇잎들,

 

우리네 인생에도

이루지 못해

잠 못 이루던,

안타까운 소망의 잔해처럼......,

 

보는 이 가슴에도

가을비,

눈물 되어 흐르네.


19) 맨발, 낙엽진 숲속에서

그 누가

떨어져 나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가을의 정취와

그 영혼의 소리를

들어보겠다 했더냐

 

눈 뜨면

보이고 들리는

영혼과 그 숨결 담긴 옷걸이들,

그들의 아우성은

영혼의 소리가 아니더냐

 

정녕

상대계의 존재가

절대 영혼을

만나고 싶다면

 

차라리

낙엽진 숲 속에

눈감고 맨발 되어

영혼과 그 숨결

하나되어 스며들었으면.

 

20) 낙엽이 가리키는

벤치 위로

,

떨어진 낙엽 한 장

 

바싹 마른 갈색잎

삶의 굵은 혈관처럼

내 손등에 흐르고

 

꽃 피우고 열매 맺었으면

제 몫 다 한 것이리,

 

낙엽은 바람 한 점에

뒤돌아 보지도 않고 떠난다.

 

나도 저 낙엽처럼

마음이 쥐고 있던 것

이제는 놓아야 할 것 같아

 

꺼내려던 핸드폰

별의미 없는 것 같아

차라리

내 마음

허공에 펼쳐 놓는다.

 

 
9월 29일
 


      풍경 소리 한 가락에


가을 향기 맞으려
오대산에 오르니
예쁜 단풍 만드느라
오락 가락
비, 온 종일 바쁘고

수묵화 속 산 안개
산 따라 계곡 따라
내 마음 결 따라
흘러 넘치고

우리네 백년인생
곁에 두고도
찾지 못한 그 마음을,
솔 바람 한점
청량한
풍경소리 한가락에,
마음 속 풍진 세상
훌 훌 털어내고
크고 깊은
그 '고요' 를 찾으셨나.

이 내 인생,
그 길 자락
일별이라도 했으면
원이 없겠네.

친구들,
마음 마다
맑디 맑은 풍경 소리
한 가득 담아 갔으면.
 
9월 24일
 


  풍 경 화 를 거 꾸 로 보 면


어디서 부터가 하늘이고
어디서 부터가
땅인가

나는 멋진 풍경화를
볼 때면
한번쯤 거꾸로 본다.

나무의 뿌리는
얼키고 설키며
죽을 힘을 다 해
하늘로 뻗치고
생을 끝 낸 푸른잎
위로 올라 붉게 물든다.

정겹게 보이는 집안에선
티격태격,
사람 사는 냄새 풍기고
장터바닥에선 장사치들이
시끌버쩍,
생기가 흘러 넘친다

하늘은 이 모든것을
다 받아 안고서도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는다.

나,
저 하늘 닮고파
푸른 쪽빛
내 마음에 씌워본다.
 
9월 23일
 

실베짱이 봇짐 싸고

하늘은 더 높아지고
그 파란 하늘에 떠
흘러오는 저 구름,
가을이 타고 오나 보다

감나무,
장난기 넘치는
단감 한 녀석
오는 가을 먼저 보겠노라
나무 꼭지에 오르다
남세스러웠나
뺨 부터 빨게진다

같이 놀던 여름이
너무 아쉬운 계곡물,
소매 자락 붙들고
재잘 재잘 수다 떨며
내년 여름 약속하네

덥다고 덥다고
밀어내던 여름이
정녕 떠나면,
곱게 물든 단풍
가을 절경 놓칠세라
이리 뛰고 저리 뛸게고,

가을 정취
맘껏 즐기기도 전에
훌쩍 떠나 버릴
짧디 짧은 가을,
올해 만큼은
후회 없이 같이 놀다
아쉬움 남지기 않으리라,
가는 여름 뒤 따르다
길을 잃고
땅을 구르는
실베짱이 바라보며
조용히
다짐을 하고
또 해 보건만........,
 
9월 16일
 


여름도 한 때였나

바위조차 녹일 듯
뜨겁던 그 여름도
떠날 때를 알았나
바람따라 가려 하고,
나무 오르던 담쟁이도
힘들어
얼굴마저 붉어지네

여름도 끝자락
매미 한마리,
아직도 제 몫을 못 다 했나
목소리까지 쉬었네
누가 널 이토록
애타게 만들더냐

잣나무 숲속 주인
청솔모도
머물때와 떠날때를
일러 주는듯

이 산길도
언제까지
마주할 수 있을지
나 역시 목이 마르다

취한 동그라미
맨드라미 손 잡고
너도 돌고 나도 돌고,
추억 거리 놓칠세라
담고 또 담아도
손가락 사이
모래알 처럼
자꾸만 흘러 내리네.

높은산 정상에서
부러울것 없어
환하게 웃던 그 미소들
지금은 다 어데로 갔나
친구들 얼굴 에선
흘러간 세월만 보인다

안스러운 이 마음
어이 하면 좋을꼬

친구들
만나고 또 만나며
웃고 또 웃어

가는 세월
그저 모른척 하는 수밖에.
 

 
9월 13일
 


낯선글

낯설게 쓰고
비틀고
비튼거 한번 더 비틀고
'김치'를 '커피'로
'커피'를 '김치'로
둔갑 시켜야
그들은 웃는다
'그들만의 놀이터'
'그들만의 리그'

무슨말을 하는건지
맛탱이 없는 말에
알아 듣지도 못하겠고
해설하는사람도
외국인 같으니,
분명 나의 짧은
소양 때문 일게다

그들의 눈엔
아무런 감동도
아무런 울림도 없어
이게 무슨 글이냐?
하더라도,

누구나 읽고
같이 한번 웃을수 있고
누구나 읽고
작은 공감이라도
주고 받을수 있다면
나는 이대로
내 속 마음을
보여주고 싶다

이 나이에
무슨 욕심 또 있겠나.
 

 
9월 13일
 


바람아

녀석들,
조용히
푸른옷 벗어 들고
님 맞을 채비를 하나

바람아 바람아
오다 가다
가을 여인
못 보았더냐

노란 저고리
빨간 치마
곱게 차려 입은,
그 여인이 맞을게다

만나거든,

발 담그고
술잔 기울이던
옥으로 빚은 물,
너랑 눈 맞아
널 따라간 세월도
같이 오면 더 좋으련만.....,

너 만이라도
내년에 다시 오겠노라고,
우리랑 같이 놀겠노라고
손가락 걸때 까지

고운 햇살
어울려 놀다
천천히 와 달라고
그 여인에게
꼭,
전해 다오.
 

 
9월 4일
 

긴 사연

마음만 바빠
낮인줄 모르고 나왔나
님만 보일뿐
뵈는게 없어

햇님,

불나비 될까
발걸음 더 빨리 하고


잊혀진 여인.......?
차라리
낡은 훈장 히나 되어
두근 대는
네 목소리 영원히
듣고파

왼종일 종 종 걸음에
반쪽이 다 된,
창백한 얼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9월 2일
 


오늘도

무엇으로
얼마나
더 채워야 하나

마모되어 사라지는
우리네 인생
붙잡을수록 흩어지는
안개 같은 이 마음,

무얼
찾아
오늘도
山을
오르고 또 오르나

우연히
눈 마주친 푸른 하늘
숲 맑은 숨결
잠시,
내 마음에 머물다 가네

언제,

무엇으로
이 허전한 자리
채울수 있을까

오솔길 옆
큰 바위 작은 돌탑
작은소원 하나
살며시 얹어 놓는다.
 

 

8월 23일

 


노을에 기대어


등 굽은 한 노인
공원 빈 벤치에 앉은지
아마,
제법 되었지.

가는 세월
붙들고 있나.

'애들 본지도 서너달. .
꼬맹이들 학교는
잘 다니나'

촌스럽게도
이제와
애들
목소리 귀에 가득하고나
'바쁘겠지, 다들'
스스로 묻고
답해 본다

ㅎ ㅎ
울엄마 아부지도
그 땐,
그랬겠구나

텅빈 눈길은
허공을 헤매고
벤치에 걸쳐진 손가락
무심코 문자 보낸다
'잘. . . 있냐'

노을
애 써 기우려
굽은등 다독여 준다
 

 
 
8월 19일
 


장수잠자리

하얀비단 곱게 엮어
산골짜기 부드러운 속살,
살며시
가리듯 흐르는 계곡물
그 맑은 물소리에
오가는이 마음
수정 같아라,

땡볕속에 숨어든 실바람 소리
화들짝 놀란 장수잠자리
무슨 속삭임 있었나,
산통으로 힘든 몸통
계곡물에 잠근듯 마는듯
훗날을 부탁 하누나.

내년,
오늘 같이 햇살 좋을제
널 닮아 예쁜 잠자리
한번쯤 보러 오지 않을래?
싱거운 입담에도
장수 잠자리
창백한 미소로 답한다

땡볕에 숨어든 실 바람
푸르던 나뭇잎도
귀를 쫑긋 세우네
 

 
8월16일
 

그런게 없다네.....!

골목길 한구석에
찌그러진 캔 하나
눈 마주친 나에게
슬며시 묻는다.

"오랜 기다림 끝에
꽃잎에 입 맞추고
하늘끝 헤매다
툭~~,
내 버려졌다네

끔 이뤘다고
웃어야 하나,
버려졌으니
울어야 하나?"

조용히 일러준다,
"웃으시게,
우리네 人生엔
'한번 더' 란게
아예 없다네!"
 

8월 12일

 


매미의 울음

불볕더위 식히는
매미 울음

삶의 끝자락
불태우는
처절한 소리

우리네 삶,
무엇을 위해
어찌 살아야
잘 살아 내는건지

천년을 묻다
하얀 물거품 되어
고향 바다로 돌아가는,
저 파도 처럼

우리네
돌아갈
바다는 어디쯤 있을까
 

 
8월 11일
 


개똥 철학

산으로 가자
'있는 그대로' 가
'생긴 그대로' 를
그냥 받아주니까,

더 잘 날 필요도 없고
더 가질 필요도 없다.

파란 하늘
푸른 숲과 나무
꽃과 산새
그리고,
바람과 풀내음

심지어,
발밑의 돌부리 까지도,

이 모든게
날 비워내게 하니까

그 빈자리에
맑고 밝은
山精氣는
덤.

 

2025년 8월 10일

 


담쟁이가 뜨거워

불볕더위
한 여름철 재미 좀 봤나
立秋가 왔대도
꿈쩍을 않네.

바람,
한여름에 지쳐
山客이 와도
미동도 않는구나

갈길이 바쁜
매미,
자지러지게 울어대고

바위 타던 담쟁이
손발 뜨거워
까치발로 서있다

햇살,
아직도,
뜨겁다 못해
살갗이 따갑구나.
 


 

 

2025년 8월 3일
 


더위 사냥

삼복 더위
찜통 더위
불볕 더위
다 모였냐?
영감들,
오늘도 산을 오른단다.

뭐 잡는게 매 라고
엷은 구름
따가운 햇살
가볍게 가려주네.

시원한 계곡물에
정갱이 둥둥 걷어
물속에 담그고
그 사이 어찌 지냈나
눈빚으로 묻는다.

포석정 따로 있나
물빚 고은 계곡물에
술 한잔 띄우곤
누구에게 술 권할까
맑은 계곡물에 물어본다.

친구들 얼굴 보며
가는 세월 잠시 잊고
울 엄마 품속 같은
이 山, 푸른숲에
몸과맘 다 내 맡기고
가는 세월
또 내버려둔다

물위의
햇살처럼
달빚처럼
추억들의 별빚처럼
세월,
흐르고 또 흘러도
변치않는
우리들의 이 마음.

늙어가는
우리들의 몸과맘
山 처럼
푸르게 푸르게
잘 살아 내자꾸나.
 

 

7월 29일

 


참외

우두머니 식탁에
얹혀 있는 참외

내 친구 어릴적,

어린 조카
모처럼 집에 온단다.
'그 녀석 참외를 참 좋아 하지!'
점심 밥상도 마다하고
지게 부터 찾으신다.
한 달음에 작은산 하나 넘어,

이쁘고 큰 넘
달게 생긴 넘
상채기 없는 넘으로...,

유난히 무거운 지게,
어린 조카녀석 몇개나 먹을꺼라고....!
두어번 쉬고 넘던 작은산이 오늘은 왜 이리도 높다냐?
땀 식힐 틈도 아까워
그야말로,
바짓 가랑이
바람소리 난다.
빨리 가서 시원한 우물물에 담겨뒀다 줘야지!

식탁 위 이 참외는
어느 누구의 삼촌이
땀 흘리며 길렀을까?
그 정성,
입안에서 살 살 녹는다.
 

 

2025년 7월 23일

 

구름 사진

 


어느 날에

하늘을 바라보는 이 마음
서두를 일 없는 여유가 머물고
흐르는 구름 쫓는 이 마음
어데론가 떠나고파,

달빛 쫓는 이 마음
그리움 헤집어 드는
금 물결 되고
별빛 쫓는 이 마음
별빛 타고 올라가
반짝이는 추억들
새록 새록 헤집어 본다,

내 맘엔 온갖 씨앗 다 있어
날 위해,
하늘이 온갖 꽃
다 피워주네 !
 

 

2025년 7월 22일

 


淸山溪谷

溪谷 만난
물,
미끄럼 타느라
정신 없고

물 만난
溪谷,
소식 전하느라
큰 엉덩이 놓을 틈이 없네.

산 물고기,
어여 숨어라
행여,
급한 물 녀석
손 잡고 갈라.

둥둥 걷은 종아리
물 그림자에 담그고
골동품 시큼한 얘기에,
술잔 고달픈건
알은채도 않는구나.

오늘도
뜨거운 햇살
이고 진 나무들과,
청량한 물맛에
상큼한 풀내음,
아낌없이 퍼주는
맑디 맑은 溪谷아!

혹시
건너 계곡
酒母,
멱 감으려 오지 않았더냐?
굽어도는 고은 살결에
그녀의 殘香
아직도 머무는것 같아,
어드메 쯤이었냐
묻고 싶건만.......,

물내, 풀내 듬뿍 품은
溪谷의 이 숨결,
큰 바가지 푸욱 퍼다
山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흠뻑 퍼 주고 싶고나!
 

 

2025년 4월 6일


어느 봄날, 진달래

엉금 엉금 기던
게곡물도
따땃한 봄 햇살에
야~~호
소리 지르고,

긴잠에 실눈 뜨던
진달래도
얼시구나!
날개,
있는대로
다 펼쳐보인다.

나도 질소냐
여기서 봉긋
저기서 불긋
마침내 연분홍 향연이
벌어진다.

화창한 봄날
봄 햇살이
진달래를 농락하는구나
투명한 연분홍에
입 맞추고,
립스틱 짙은 분홍에
좋아 어쩔줄 몰라한다

덕분에,
늙은이들
굳은 얼굴에도
입이 귀에 걸린다.
 

2025년 4월 21일


푸념

기력이 있을땐
시간과 맘의 여유가 없고
시간과 맘의 여유 좀생기니
기력은 어데루 갔나?
사진첩 들추며 그녀석을 찾아본다.

하늘의 배려인가,
하늘의 농간인가?

늙은이들,
나이들며
늘 어리둥저~얼 하는구나!

늙은이들
나이들며
늘 한숨만 푸욱 나는구려!
 

 

2025년 5월 4일


봄, 맛

산속에서 벌렁 누워 하늘을 쳐다본다
푸른 하늘에
투명한 연두색 마구 뿌리고
곳곳에 짙은 녹색도
더해 놓고는

그위로
5월의 찬란한 햇빛을
마구뿌리니
정말로,
정말로 싱그럽고
멋지구나
늙은이 마음마저
요동치도록 푸르다

이에 질세라
바위사이로
계곡물 조잘거리고
있는 듯 없는 듯
맑디맑은 계곡물 위로
연둣빛 녹색의 잔칫상
벌려놓으니

계곡물
심술궂게 잔물 일으켜
깜짝 놀란 연녹색 잎사귀들
물결 따라 반짝인다.

 

2025년 5월 19일


 피고 지고

야생화
들꽃
피고 지고
아카시아꽃도
피고 질거고,

너도
피고 지고
나도
피고 지고
우리들도
피고 질거고,

야생화
들꽃
피고 지는건
자연스럽고

우리네
피고 지는건
어찌 이리도 시린고

기왕이면,
시린 그마음은
고대. 피고 지기를!
 

 

2025년 6월 11일


斷想

누구는 山으로
누구는 바다로
누구는
한평생 단짝 되어준
고마운 마눌님 모시고
뱅기로 하늘을 날고 또 날고

일상이 젊은이 못지않게
바쁘디 바쁜 젊은 늙은이들은
잠시 잠깐 짬을 내어
양재천, 탄천으로

모두다
이리도 바쁘다

세월아 네월아!
아직도 하고 싶은일
많고도 많은,
젊디 젊은 이 늙은이들
못본체 하고
가던길 그대로
가면 안되겠니?

가다가
우리 영감들 생각나더래도
뒤돌아올 생각일랑 말고
가던길 가주면 안되겠니?

가다가 까먹으면
더욱 더 좋을시고!

 

2025년 6월 14일


友情 山行

八旬맞이 친구위해
山友會 넷
붉은 태양 건져 올리려
동해 바다로,

일곱 勇士
主人公 夫婦,
건져올린 祝賀 불꽃
대청봉 中天에
띄워 놓고
祝賀! 祝賀!

한명의 山友는
잠시라도 더디게
서쪽끝 바닷가로

하늘과 바다
황금빛 불꽃 밝혀
無病長壽
손을 모은다.

 
2025년 6월 19일


우리 할매

토닥 토닥
토닥 토닥
칭얼대는 손주,
재우는 소리

토닥 토닥
토닥 토닥
나는
지금,
우리 할매
그 손길이
그립고도 그립다

'괜찮아, 괜찮아 ! '
'잘 하고 있어 ! '
'잘 살아 낼거야 !'

토닥 토닥
토닥 토닥
유리창 두들기는 빗소리
우리 할매 따라 한다.

 
2025년 6월 26일


들고 다니는 전화통

집에서도
전철속에서도
이너석과 늘 같이 논다
이녀석 없으면
너무도 심심하다

이리 가라면
이리 가고
저리 가라면
저리 간다

이리 하라면
이리 하고
저리 하라면
저리 한다
군소리 하나 없이
말도 잘 듣는다.

궁금 하면
뭐든지 물어라!
돈내고 영화관
왜 가니?
돈 쓰고 시간 내어
그 멀리 왜 가니?

얼핏 보면 그럴듯 하다!

어느날
그 녀석
깜빡하고 나왔다

세상이 까매진다
머리가 하얘진다.

4차원이 3차원에
발목 잡혔다

 

2025년 6월 30일


엄살

허리 아파
무릎 아파
못가겠다 하면서도
높은산
오르고 또 오르고,

이젠 못 마셔
정말 못 마셔
손사레 치면서도
손에 든 그 술잔
쉴 틈이 없네.

엄살도 나이 들면
익어가는가
늙은이들 엄살
갈수록 능청스럽네.

그러거나 말거나,

山이 좋아
山을 타는
우리 山友들
몸과 맘
그대로
山,
닮았으면 좋겠다.

 
 
 
 
 
2025년 7월 4일


고얀 녀석


곁에 있고파
끄달리는 이 마음,
이제와
남세 시럽고,

아닌듯해,
삐진마음
감추려 해도
눈치 없는 이 녀석
뭐 씹은 낯짝
감출 생각 전혀 없네?

내 마음
내 그림자
그리고 나,
떨어져 본적 없기에
내것 인양
살아왔는데
이제 와
이 마음,
갑자기 낯 설어 보인다.
.......
......,.
........
아니,
그럼
도대체
이 '마음' 은 누구 것인가?
 

 

2025년 7월 7일


장미 가시

'잊혀진 여인' 이
가장 가련하다고,

품안에 안겨서도
왠지 모를 목마름에
혹여...,
여리디 여린
가시 순 하나
슬며시 쥐어준다

햇살,
담장에 눈부시게
빛나는날,
그대 쌓아올린 담 너머
목 길게 늘어뜨려
뒷모습이나 보이려나.....?

차라리,
낯 설어진 그대 가슴에
그리움, 그 가시로
나를 닮은
핏빛 장미 한송이
피워 올리리.


 

2025년 7월 14일

오재홍의 목포의 눈물 - 하모니카 연주


酒母없는 酒幕에서

청솔모
홀로 지키는 酒幕,
酒母는 또 어데루 갔나?
찜통속을 오른 늙은이들
땀에 쩐 머리부터 디민다

오늘도
해장국, 순대국은
없어도
도토리묵, 파전조차
없어도
늙은이들 짙은농담
질탕하게 이어지니
늙다리 검은 산고양이도
한켠에 끼어든다

상수리 나무
너무 더워
손 부채질 하려 애를 쓰고
계곡도 목말라
비틀 거린다

보고싶다.

철마다 고은색
치마 두루고
손 놀림 바빠
늘 뒷태만 보이다
얼핏 사라지는
우리들의 酒母,

안주랑 술
질펀하게
베풀어주곤
주방에서
홀로 미소 지을
우리들의 酒母.

오늘 처럼
송글 송글 땀나게 오를때면
청계산 기슭 酒幕에서
酒母,
곁에 앉히고
술 한잔 권하고 싶다.

곱디 고울 그 얼굴
한번 이라도
보고 싶다.

 

2025년 7월 17일


온수동에서

동네 이름 조차
따뜻한곳이 있다
온수동!

목요일 이면
술고픈 사람,
언제든 오시라
주걸 사대천왕
항상 대기중!

친구 우정 고픈 친구들
목요일 언제든 오시라,
넘쳐나는게
웃음이요
입 다물시간 조차 없다.
집에 갈때쯤이면
입이 아플 지경이다!

뭐 먹구싶어?
말 만 해
한우?
삼겹살?
팔팔한 생선회?
없는것 빼곤
다 있는 동네.
입가심으로
아이스 크림과 커피
입맛대로. 드시라!

점심에 가볍게 한잔,
더 마시고 싶은데 배불러?
걱정 마시라
당구장에
친구들 상시 대기중!

많이 먹어 식체?
많이 마셔 주체?
허리 아퍼?
다리 아퍼?
왔다 하면
쌩쌩 하게 해주는
우리 주치의도 계신다.

이리 말해도
긴가 민가 하면
공짜 전철 타고
일단 봐 보시라!

하루종일 즐거워
입 다물지 못하고
웃다가 배 아플끼라!

 
2025년 7월 19일
 
오재홍의 자길치 아지매 - 하모니카 연주
 


가로수 두들기는 날엔

장대비,
가로수를
신나게 두들긴다.

왠 일로,
윗집 햇님 열불 나
냅다 열을 뿜어대니
아랫 동네 먹구름도
솥뚜껑 열려,

어디서 뺨 맞곤.....?

엊그제 산 비탈서
서로 장난치던
그 들꽃들,
작은북 두들기듯
두둘길게 뻔하다.

박새도 숨겨준
싱겁이 키다리 도토리나무
보다 못해
팔 뻗어
우산 씌워 줄게 뻔하다.

들꽃 꽃잎들
눈물 얼룩진 얼굴로,
그래도,
해맑게 웃으며
배꼽 인사 보낼께 뻔하다.

계곡물
제갈길도 바빠서
곁눈질도 못한채
게거품 물고
딥다 내 달릴게 뻔하다.

그러나,
적적한 酒幕엔
외로운 숨결만 가득.
酒母,
술 한잔 앞에 두고
누굴 기다리시나?

 


그 시절 그 아이

山아
山아
無情한 이 山아
이 늙은이들 우짜라고
키만 자꾸 커 가느냐?

산말턱
겨우 올라
크게 한숨 몰아 쉬니

어디선가
밤나무 꽃향기,
그 야릇한 꽃향기가
산들바람에
실려오네

야한 생각 또 들켰나
눈총이 따갑고나.

'야~ 밤나무 꽃냄새다!'

아카시아 꽃향기엔
폴짝 폴짝 뛰며
좋아 하더만
밤나무 꽃향기엔
자못 어색해 하던
그 시절
그 여자애,
아직도 그 시절
기억이나 할란가?

오늘 햇살은
더 더욱 따갑고나!

 
 


따로, 또 어우러진

산능선 언저리에
온갖 꽃들이
어우러져 피어 있으면
정말 이쁩니다.

산 길섶에 핀
개망초도
이쁘고

떨어져 홀로 피운
큰금계국도
참 귀엽고

별을 닮다만
산딸나무꽃도
참 예쁘지요

산에서 만나는 꽃들은
유난히 이뻐 보입니다.

두둥~실 떠 있는
하얀 구름이 봐도
이쁘고도 귀여워서
모두를
아주 괜찮은 녀석들로
볼겁니다.

그 괜찮은 녀석들중엔
'나' 도 있고
'당신' 도 있을겁니다.

그저,
이제까지 살아온
이 모습 이대로
남은 生
열심히 살아내면
하늘도
맘에 쏘~옥 들어 할겁니다.

 
 
 

과연 그럴까

' 사내들이란
다 그 넘이 그 넘이여 ! '
한 노파가
말 같이 다 큰 손녀에게
들려주는
弄 반,
眞 반.

그럴때면
난,
몽돌이 생각난다

오고 가는 파도에
촤르르.....
따르르.....

다가가 보면
몸도 맘도
다 사그러든
제각끔의 사연들,

온몸 바쳐
부대끼며
밀려드는 파도에
장단까지 맞춰줘야,

매끄럽게 둥근 얼굴
이쁘다 아우성이지만
몽돌이,
모질었던 세월
눈물마저 바닷물에
씻었다

촤르르르.....
따르르르.....

몽돌아.
몽돌아!
정말,
'그 넘이 그 넘 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