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 41회 산우회 8순기념 지리산 천왕봉 등산
2025년 10월 21-23일
 
동영상

https://youtu.be/WBAn-LzDAAk?si=FLG-XBGAdKNl0R27
 
 

https://youtu.be/-GPWj04NJL4

https://youtu.be/jGtfzEOILcE

하늘에서 바라본 대한민국 백두대간 암자의 놀라운 모습 | KBS 20160513 방송


[경복41산우회 지리산 산행 보고: 방석순]

지난 6월 대청봉에 올랐던 의기를 모아 팔순을 코앞에 둔 열 명이 다시 지리산 천왕봉 등정에 나섰다. 10월 21~23일, 이번에도 2박3일의 일정이다.

21일 낮 11시반, 집합장소 강변역에 늦게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은 유희봉에게 전화했더니 지리산 간다고 말한 적이 없단다. 그동안 몇차례나 예비 모임이 있었는데~ 부랴부랴 노쇼 벌금 물고 떠나는 버스 한 자리는 취소했지만 장터목대피소 숙박비는 날릴 수밖에.

테크노마트 9층 설렁탕집 아줌마가 허연 영감들이 걱정스러운 듯 조심해 잘 다녀오시라 전송한다. 처음 타 본 21인승 프리미엄버스는 안락하긴 하나 썬띵이 너무 짙어 한밤중을 달리는 기분, 차창 밖 풍경이 아쉽다.

백무동 참샘산방에 여장을 풀고 동인 성의 조니워커 블루로 단합 의지를 다진다.
22일 아침 콩나물 국밥으로 해장하고, 참샘산방 부산댁이 싸 준 주먹밥으로 무장하고 8시 10분께 출격.
나이들수록 세월은 빨라지고 산은 높아가고 길은 멀어지고~ 용맹 무쌍하게 따라 나선 마누라도 웬 돌길이 이렇게 많아졌냐고, 예전 그 길이 아닌 것 같다고~
그래도 발 아래 파도처럼 일렁이는 산줄기, 1천 미터 이상의 계곡에서 쏟아지는 폭포, 물들기 시작한 단풍이 다리에 힘을 보탠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산행객들이 멋지다, 대단하다며 응원. 험한 벼랑 간신히 올라서는데 젊은여성 하나가 "참 아름답네요" 하고 찬사를 보낸다. 순간 피로가 하늘로 날아가는 기분이다.

중간 급유 하고, 주먹밥도 먹어가며 오후 2시반께 무사히 1,650미터 고지의 장터목대피소에 도착.
아, 저렇게나 아름다운 조국 산하에 포로수용소 같은 대피소라니. 줄 지어 예약 확인, 침상 배정받는데 조그만 창으로 빼꼼 내다보던 직원이 래원과 내게 금연, 금주라며 오금을 박는다. 영감들 얼굴에서 뭔가 보이는 듯, 싸늘한 분위기에 절로 주눅 든다.
삼겹살 구우며 맹물로 목을 축이기는 처음. 남은 주먹밥에 햇반 몇개 나눠 먹으며 부풀었던 만찬의 꿈을 접었다.
밤(?) 9시 소등. 실내는 딱딱한 침상, 밖은 매서운 찬바람, 오갈 데 없는 포로 신세다. 그래도 모두 두말없이 숨죽여 코를 골며 내일의 즐거운 산행을 꿈꾼다.

23일 새벽 4시. 코고는 소리, 일찍 떠나는 무리의 배낭 꾸리는 소리, 기상 알람은 아무 소용없다. 도리없이 함께 깨어나 앉았다 누웠다. 예약 때 출동시간별로 팀을 구분, 잠자리를 배정해 주었더라면~

7시 천왕봉을 향해 출발하기 직전 발 아래 펼쳐진 무진장의 운해에 모두 감탄사를 연발한다. 오던 길 돌아보니 구름에 휘감긴 봉우리마다 절경이다.
8시 5분께 날다람쥐처럼 빠른 걸음으로 영순이 영순위로 천왕봉에 올랐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 언제 다시 오를 수 있을까. 1,915미터, 천왕봉 표지석을 끌어안고 차례로 기념촬영.

9시 천왕약수의 기막힌 물맛을 음미하며 중산리로 내려오는 길은 막 오색단풍으로치장을 시작했다..
10시30분께 법계사를 통과, 오후 1시30분 넘어 중산리에 모여 택시로 이동, 원지목욕탕에서 30분 샤워로 땀을 씻어냈다. 원지 암소갈비집 양념 삼겹살은 말 그대로 꿀맛.

5시 고단한 몸을 실은 상경길 프리미엄 버스는 곧바로 아늑한 침실. 8시20분 남부터미널에 도착, 2차에 걸친 대장정을 무사히 마쳤다. 귀가 길 할배들의 얼굴엔 피로의 기색보다 뿌듯한 성취감이 가득하다.

*참가자(10명): 김동인 김임섭 류지호 박래원 방석순-이상분 원호연 최영순 홍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