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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권태훈 학형 기념식수 인사말
존경하는 선후배님들, 그리고 41회 동문 여러분.
우리들의 영원한 맏형이자, 이 시대의 참어른이셨던 권태훈 형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지 벌써 다섯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오늘 우리는 깊은 그리움을 안고 형님의 고귀한 뜻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신실한 신앙인이셨고 정의로우셨던 권태훈 장로님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곧은 삶을 사셨습니다.
당신의 온몸을 던져 우리 사회에 정의와 공정, 그리고 진실의 가치를 외치셨습니다.
형님의 그 큰 뜻을 제대로 받들지 못하는 것 같아, 저희 남은 사람들은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형님의 선한 행적과 따뜻한 온정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그 뜻을 잊지
않으려는 작은 노력일 뿐입니다.
그 충정을 담아, 저희는 형님이 가장 사랑하던 이곳 경복의 정원에 나무 한 그루를 심습니다.
여러분~! 저희는 지난 석 달간 어떤 나무가 형님의 삶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을까 깊이
고심했습니다. 소나무의 꿋꿋함, 주목나무의 굳건함도 생각했지만, 마침내 '배롱나무'를 심기로
결정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 배롱나무는 “떠나간 벗을 그리워한다.”는 꽃말을 가지고 있고, 품격이 뛰어나 예부터
향교나 서원에 많이 심어졌습니다.
한여름 100일 동안 붉게 피어나는 그 모습은, 불꽃처럼 뜨거웠던 형님의 삶과 너무나 닮았습니다.
여기 경복 정원의 나무는 대부분 푸른 상록수 일색인데, 이처럼 아름답고 기품있는 목백일홍이 등장해
정원이 한결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주위에 목수국 라임라이트를 선택한 이유는 꽃이 피는 시기가 6~9월로 비슷하고, 꽃이 피기
시작할 때는 연한 라임색 또는 연두색을 띠다가 점차 크림색으로 변하고, 가을이 되면 은은한 분홍색으로
물드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붉은 목백일홍과 잘 조화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한성이 매우 강해 노지 월동이 가능하며, 추위와 더위에 강하고 병충해에도 강해서 관리만 잘하면
수십년간 꽃을 피우는 나무입니다.
그리고, 나무 앞 기념석에는 수많은 고뇌 끝에 '나라사랑'이라는 네 글자를 찾는데 오래 걸렸습니다.
원래 배움터인 학교에는 “교육의 중립성”이란 명제 때문에 정치. 종교. 상업적인 일체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교육기본법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추모. 분신. 열사 등 여러 표현이 검토되었으나 여러모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박돈우 사무국장께서 “나라사랑”이라는 좋은 말을 찾아내 주었습니다.
“나라사랑”이라는 온화하면서도 묵직한 이 네 글자에 담긴 함축된 의미를 여러분께서 잘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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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배롱나무는 더 이상 평범한 나무가 아닙니다.
우리 경복의 교정을 더욱 빛나게 할 아름다운 생명이며, 우리가 사랑했던 태훈 형님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이 나무를 통해 형님께서는 사랑하는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시고, 모교와 조국이
번영하는 길을 비춰주실 것입니다.
우리 모두 수시로 이곳을 찾아, 형님을 만나듯 이 나무에 말을 걸고 사랑으로 보살펴 주었으면 합니다.
사랑하는 권태훈 형님! 부디 영면하소서.
주말에 참석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5.8.30.
김 종 기 |